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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쿠바 아바나에서 먹은 모든 것들(식사 편)

쿠바에 도착하기 전부터 음식은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때문에 내 기대치가 낮아져서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행 내내 음식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맛이 없긴커녕 대부분의 식사가 만족스러웠다. 가끔씩 그 쿠바 음식이 그리울 정도다. 뭐든 다 잘 먹는 편이라고 한다면 쿠바에서도 맛있는 식사가 충분히 가능하다! 내 기억으론 음식을 남긴 적도 거의 없었다. 입맛은 극히 주관적이기에 리뷰에 앞서 내 식성을 말하자면, 고기를 사랑하는 육식파, 웬만한 음식은 다 잘 먹지만 호텔 레스토랑과 김밥천국의 맛을 구분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모네다 식당
돼지등갈비 소금구이

숙소에서 가까웠던 베다도에 위치한 모네다 식당. 돼지등갈비를 소금 간 해서 구워 밥이랑 같이 낸 요리다. 가격은 60 쿱이니 쿡으로는 4 쿡 정도. 우리 돈 약 5,000원. 저래 보여도 양이 많은 편이다. 나중에 깨달았는데, 쿠바 식당은 보통 저렇게 메인 요리, 밥(콩 섞인 것 까만 밥 또는 안 섞인 흰 밥) 그리고 야채 조금, 기타 탄수화물(플랜테인, 육각, 고구마, 감자칩 등)이 곁들여져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형식이다. 가정식도 비슷하다고 한다. 소금 간도 짭짤하게 잘 되어 있고 비계도 조화롭게 붙어있고 무엇보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웠다. 가성비 1순위 식당. 

 

육해공 모둠구이
갓 서빙된 아이스크림

그냥 돌아다니다가 괜찮아보여서 들어간 레스토랑. 베다도에 위치. 스낵바 아니고 레스토랑이었는데, 운 좋게 재즈 라이브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15 쿡 정도에 2인분 양의 랍스터 포함한 해산물, 고기구이 모둠 플레이트가 밥이랑 같이 나온다. 여기서도 밥과 약간의 기타 탄수화물원과 조금의 야채 구성이 보인다. 요리 실력이 뛰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라이브 연주 포함이니 가격 대비 나쁘지 않았다. 주문하는 과정에서 내가 선택한 것마다 오늘은 재료가 없어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 식당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쿠바는 음식재료 수급도 쉽지 않은 곳이라 메뉴판에 있는 메뉴 중 안 되는 요리가 있는 경우가 원래 많은 곳이라고 한다. 알고 나니 그것 또한 재미있는 쿠바의 매력이다. 사진의 저 반쯤 녹아서 나온 아이스크림도 참 재미있는 게, 웨이터가 너무 많이 녹아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저걸 내어왔다. 우리나라에서 돈 주고 저런 상태의 아이스크림을 받았다면 (식당 측에서 애초에 내어주지도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꿔달라거나 환불을 요구할 텐데,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긴 쿠바니까. 반쯤 녹은 탈지분유 맛이 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쿠바의 분위기에 취했던 건지?

 

야채샐러드 & 계란볶음밥
군만두

중국인 사장이 운영하고 쿠바인이 요리하는 중식당! 베다도에 위치. 메뉴 가짓수가 엄청 많다. 야채샐러드, 계란볶음밥, 군만두를 주문했다. 쿠바에서는 야채가 귀한 편이라 저렇게 풍성하게 사각사각 거리는 야채샐러드를 보기 힘들다. 소스도 귀해서 별다른 소스 없이 버무려냈는데, 마치 한식의 김치처럼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맛이었다. 볶음밥이나 군만두가 기름져서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계란볶음밥은 중국 특유의 향신료 향이 조금 나는데, 먹다 보니 적응이 돼서 맛있게 느껴졌고(?), 군만두는 기름에 흥건하게 젖어 나오지만 왜인지 젓가락이 계속 가는 맛이었다. 많을 줄 알았는데, 결국 다 먹었다. 이걸 쓰면서도 왜 저 군만두 하나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볼로네제와 크림 파스타

하나에 무려 2 쿡(약 2500원)도 되지 않는 파스타. 센트로 아바나에 위치. 볼로네제랑 크림 베이컨이었는데, 웃음이 나는 맛이었다. 즉,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극강의 가성비다. 10평도 안돼 보이는 식당에 풀착장을 한 웨이터도 친절하다. 물론, 자꾸 한국에서 먹는 음식이랑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 여기는 쿠바다.. 여기는 쿠바다.. 

 

메뉴당 6-7 쿡 정도의 다이너. 베다도에 위치하는데 여긴 맛있어서 두 번 갔다. 돈가스처럼 고기를 튀김옷 입혀서 튀겨낸 요리들이 맛있는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모든 고기 종류 선택 가능하다. 소스가 귀해서 소스 없이 퍽퍽하게 목 막히는 샌드위치도 많은 쿠바에서 요리 위에 저런 돈가스 소스스러운 소스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반으로 자르면 고기 안에 말아 넣은 햄과 치즈가 보인다.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 연중 따뜻한 쿠바라서 저렇게 야외에 반쯤 나와있는 테이블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연중 보기 힘들어서 그런지 나는 야외 테이블이 뭔가 이국적이고 여행하는 느낌이라 좋다. 

 

레몬에이드

레모네이드가 맛있었던 식당. 적당히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시니 머리까지 맑아지는 듯이 상쾌하다. 저 얇디얇은 당근은 데코레이션이겠지? 소스가 가미된 고기 요리였는데, 이쯤 되니 소스에 환장하는 사람 같이 보인다. 평소에 그냥 구운 고기 좋아하는데, 쿠바에서는 유독 한국에서 흔한 달콤 짭짤한 양념고기를 잘 못 보기도 하고 뭔가 많은 요리에 소스를 애껴애껴 쓴 기분이라 자꾸 집착하게 됐다. 근데 저 요리는 그 달콤 짭짤에 가까워서 한입 먹어보고 “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격대는 6-8 쿡 정도였던 것 같다. 

 

당근스프
오렌지소스를 가미한 닭요리
씨푸드 크림파스타, 콩과 밥

센트로에 위치한 론리플래닛 추천 맛집. 당근 수프, 오렌지 소스가 가미된 닭고기 요리, 시푸드 크림 파스타. 맛있다. 양 많은 쿠바 식당에서 보기 드물게 양이 적고 플레이팅에 신경 쓴 모습이 보인다. 근데 비싸다. 고로 가성비가 별로다. 엄청 비싸냐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메뉴당 8-9 쿡 정도? 부가세 별도(?) 비싸다는 것도 상대적인데, 워낙 가성비 좋은 식당을 주로 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준이 그렇게 잡혔다. 양만 더 많았더라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분위기 좋고, 서비스도 훌륭했다. 론리플래닛 추천이라 그런지 현지인보다 서양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론리플래닛 추천 맛집 두 번째. 중국인은 보기 힘들다는 차이나 타운의 중식당. 중국인, 쿠바인 부부가 운영하는 중식당이라고 한다. 메뉴가 수십 가지라 고르기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성공! 저 국물 있는 면요리 무엇. 저 날이 기후이변으로 엄청 추웠던 날인데 따뜻한 국물에 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너무 맛있었음. 땅콩 하고 같이 볶아낸 돼지고기 요리도 짭짤하게 맛있었다. 

 

센트로에 위치한 식당.  매장이 그렇게 넓지 않지만 2층이 있어 층고가 높아서 답답한 느낌은 아니었다. 라이브 연주도 좋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서양스러운 편에 속했다. 여기 화장실은 쿠바에서 가본 그 어느 식당보다 고급스러웠다. 물도 넘버원 쿠바의 그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수입 제품이었다. 메뉴판부터가 사진으로 구성된 컬러지. 한국에서야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쿠바 스타일에 익숙해진 나에겐 그런 부분도 상당히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메뉴 선택은 그릭 샐러드, 소스가 가미된 포크 립, 그리고 야채수프(혹은 해산물 수프?).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쿠바에서 가장 비싼 돈을 지불했지만, 2인이 만족스럽게 먹고 30 쿡을 넘지 않았다. 분위기를 조금 내보고 싶은 날이라면 충분히 방문해도 좋을 곳이었다.